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올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한 구리 가격이 내년에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와 함께 미국의 관세 정책 가능성이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초 구리 가격이 톤당 1만3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으며, 2분기에는 1만5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이 구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전력망 확충과 냉각 설비 투자에 대규모 구리가 투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씨티는 가격 상승 배경으로 광산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과 미국 내 선물 차익 거래 목적의 구리 사재기 현상을 지목했다. 씨티는 “미국이 전 세계 구리 재고를 흡수하고 있으며, 강세 국면에서는 이미 고갈된 미국 외 지역 재고까지 끌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ING의 에바 만테이 원자재 전략가 역시 내년 2분기 구리 가격이 톤당 1만200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며, 구리 가격 상승이 에너지 집약 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장중 톤당 1만1816달러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물 선물은 1만15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코멕스(COMEX)의 3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톤당 1만1814달러로 LME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양 시장 간 가격 차를 노린 차익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리는 글로벌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적 선행 지표로 꼽힌다. LME 기준 구리 현물 가격은 올해 들어 약 36% 상승했으며, 최근 한 달간 상승률만 9%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2027년부터 수입산 정련 구리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수요를 앞당기며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업체 스톤엑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으로 유입된 정련 구리 물량은 약 65만 톤 증가해 미국 내 재고는 75만 톤 수준으로 확대됐다. 미국 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면서 트레이더들이 물량을 집중적으로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바타커머디티스의 앤드루 글래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실물 구리 사재기로 국제 시장에서 유통 가능한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구리 가격이 “성층권 수준의 새로운 고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랠리가 전통적인 수급보다는 관세를 선반영한 기대 심리가 만든 “이례적 왜곡”이라고 평가하면서, 최근 중국의 실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산 생산 차질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이체방크는 올해를 광산 관련 변수로 “매우 불안정했던 해”로 평가하며, 주요 광산업체들이 생산 전망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주일 사이 글로벌 주요 생산업체들이 내년 구리 생산 전망을 약 30만 톤 하향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글렌코어는 앵글로아메리칸과 공동 운영 중인 칠레 콜라우아시 광산의 조달 축소를 이유로 내년 생산량 전망을 81만~87만 톤으로 낮췄다. 리오틴토 역시 내년 구리 생산량이 80만~87만 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올해 전망치보다 낮은 수치다.
도이체방크는 “현재 구리 시장은 명확한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했다”며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광산 공급이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구리 가격과 공급 부족 현상이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