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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질주…2026년에도 성장 엔진 꺼지지 않는다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2025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2026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급망 병목과 투자 지속 가능성이라는 구조적 불안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총매출은 4,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이 같은 흐름이 2026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 인텔, 브로드컴, AMD,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2026년 합산 매출은 5,38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구글의 TPU나 아마존의 자체 칩 매출을 제외한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의 GPU 및 관련 하드웨어 매출이 2026년에만 전년 대비 78% 급증해 3,8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수요는 여전히 폭발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200과 B200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2025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AI 추론 기술 강화를 위해 스타트업 ‘그록(Groq)’과 200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생태계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구글은 자체 TPU를, 아마존은 트레이니엄과 인퍼렌시아 칩을 앞세워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은 브로드컴 등과 협력해 맞춤형 칩 개발에 나섰다. AMD 역시 2026년 엔비디아의 독주에 도전할 차세대 AI GPU를 선보일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향후 2년간 데이터센터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성장의 그늘도 분명하다. 전력 설비와 가스터빈, 변압기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고 있으며, 서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수급도 불안정하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초박형 실리콘 기판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서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수밋 사다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부상했다. 공급 부족을 배경으로 가격 협상력이 높아졌고, 대규모 설비투자도 가능해졌다. 다만 반도체 공장 증설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단기간에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변수는 자금 조달이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AI 관련주가 조정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오픈AI가 주도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성장 정점이 2026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DA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만약 올해 3월 말까지 오픈AI가 1,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시장 분위기는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AI 기술 유통업체 서큘러테크놀로지스의 브래드 개스트워스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이번 사이클이 정점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범용인공지능(AGI)을 향한 경쟁이 장기적으로 막대한 컴퓨팅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반도체 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전력·자본·공급망을 아우르는 총력전 국면에 들어섰다. 2026년은 그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