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라남도 고흥 앞바다는 여전히 잔잔하다. 겉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행정의 시선은 이미 수평선 너머로 넘어가 있다. 고흥군이 다음 무대로 선택한 공간은 육지가 아니다. 바다다. 공영민 군수가 꺼내든 해법은 공공주도 해상풍력이다.
최근 열린 공공주도 해상풍력 단지개발 착수보고회는 그 방향을 공식화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고흥군은 해상풍력을 하나의 에너지 사업으로 다루지 않았다. 산업 전략이었고, 정주 정책이었으며, 지역 구조를 다시 짜는 선택지였다. 바다 위 전력 생산은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기다. 다음 달 시행을 앞둔 해상풍력특별법을 앞두고 고흥군은 움직였다. 제도가 갖춰진 뒤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예비지구 지정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사전 설계에 가깝다. 입지 검토, 수용성 확보, 어업과의 조정, 전용 항만 활용, 전력 계통 연계까지 논의 범위는 넓었다.
최대 2GW. 고흥군이 검토 중인 계획입지 규모다. 수치만 보면 감각이 잘 오지 않지만, 대도시 일부 권역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을 넘어선다. 이 전력을 단순히 생산해 내보내는 방식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AI 산업과 우주항공, 첨단 제조 분야로 이어지는 전력 활용까지 함께 놓고 보고 있다.
해상풍력을 바라보는 관점도 기존과 다르다. 발전 단지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항만·운송·건설·기자재 제조까지 연결되는 산업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한 축이 움직이면 다른 축도 함께 따라가도록 설계하겠다는 구도다. 군 내부에서는 “전기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산업의 순서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특히 고흥군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공공주도’다. 그동안 해상풍력은 민간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속도는 빨랐지만, 갈등도 컸다. 어업 피해 논란, 주민 반발, 이익의 외부 유출이 반복됐다. 고흥군은 이 공식에서 한 발 비켜섰다. 지역이 빠진 개발은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가 해상풍력 공존위원회다. 다음 달 출범을 앞둔 이 기구에는 어민과 수협, 전문가, 행정이 함께 참여한다. 예비지구 지정 단계부터 어업 영향 조사, 이익 공유 구조 설계까지 논의 대상이다. 사후 조정이 아니라, 시작부터 함께 앉겠다는 방식이다.
현실적인 난제도 분명하다. 대규모 전력을 수용할 계통망 여건, 항만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 기존 어업권과의 조율은 모두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고흥군은 이 문제들을 피해 가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꺼내고, 조정의 과정 자체를 설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다르다.
해상풍력은 흔히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로 설명된다. 고흥군이 던지는 질문은 그 다음에 있다. 그 전력과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누가 그 과정을 책임질 것인가다. 공영민 군수가 말한 ‘공든 탑’은 이미 육지에서 한 차례 쌓였다. 이제 그 다음 수순을 바다로 옮기는 단계에 들어섰다.
공영민 고흥군수는 “해상풍력은 발전 시설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지역이 주도권을 갖고 산업과 삶의 기반을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라며 “속도보다 공공성을, 개발보다 공존을 앞세워 주민과 책임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