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위기는 늘 거창하게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그때는 어쩔 수 없었지”라는 작은 선택 하나에서 조용히 출발하곤 합니다. 명의신탁주식도 그렇습니다. 한때는 관행이었고, 편의였고, 때로는 회사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선택이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가장 현실적인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이름만 잠시 빌렸을 뿐인데, 그 결정이 수십 년 뒤 기업의 미래를 흔드는 족쇄가 되어 돌아오는 셈입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배당소득 과세 합산을 피하고 싶었고, 상속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었으며, 과점주주 간주취득세도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모두 세금을 줄이기 위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절세 구조는 이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각종 가산세는 물론 조세포탈 의심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복합적인 위험이 됩니다. 그때의 절세 전략이 사실은 위험을 미래로 미뤄둔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이제야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과세 당국의 시선도 예전과는 다릅니다. 명의신탁주식은 더 이상 단순한 행정 편의로 보이지 않습니다. 편법 증여나 고액 탈세, 체납 회피, 심지어 주가조작 가능성까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로 인식됩니다. 국세청이 다양한 자료를 교차 분석하며 장기 보유 흐름까지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숨길 수 있었던 시대가 지나고,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관행이 현재의 감시 체계와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명의신탁이 낯선 선택만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2001년 이전에는 발기인 수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지인의 이름을 빌리는 일이 현실적인 해결책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납니다. 아무런 약정도 기록도 없이 남겨진 주식은 상속 분쟁이 되고, 압류 위험이 되고, 때로는 제3자의 임의 처분이라는 경영권 리스크로 바뀝니다. 실제로 오랜 시간 회사를 성실히 운영해 온 한 대표가 지인의 사망 이후 예상치 못한 상속 문제로 경영 기반이 흔들리는 일도 벌어집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세무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직결된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조심스러운 지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입니다. 명의신탁주식을 되돌리는 길은 결국 ‘실소유자임을 증명하는 일’로 모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증빙은 사라지고, 사람 사이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고, 기억마저 희미해집니다. 문제를 알면서도 선뜻 손대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두는 선택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방치는 중립이 아니라, 위험을 조금씩 키우는 방향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소유자 확인제도를 통한 환원 절차도 있고, 상황에 따라 계약 해지나 증여 방식으로 정리하는 길도 있습니다. 다만 접근이 섬세하지 않으면 오히려 추가 과세나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있습니다. 준비 없는 정리는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기업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도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세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리스크를 얼마나 빨리 걷어낼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고민이 됩니다. 명의신탁주식 문제는 세무를 넘어 지배구조와 승계 전략, 재무 안정성, 내부 제도 정비까지 이어집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경영의 방향을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명의신탁주식 정리는 그 변화의 첫 단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오늘의 기준은 점점 분명해집니다. 편법보다 구조가, 절세보다 투명성이, 단기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과거의 선택은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숨기는 기술이 아니라 차분히 정리하는 용기인지도 모릅니다. 기업의 다음 10년은 숫자보다 ‘신뢰의 구조’ 위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