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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칼럼] 골프장에서 찾은 매력 포인트

동료로서 직장 생활을 같이할 때는 몰랐는데, 우연히 라운드를 가서 “이 사람 정말 멋진데?” 하고 놀라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 근육질의 남자면 왠지 거칠 것 같고, 조용한 여자는 소심할 것 같고. 하지만 골프장에 나가 보면 이 예상이 얼마나 빗나가는지를 곧장 알 수 있다.

사람의 진짜 매력은 드라이버 한 방에도, 퍼터의 한 터치에도 담겨 있다. 작고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티샷에서 예상치 못한 장타를 날릴 때, 사람들은 감탄한다. 반대로 근육질의 남성이 조심스럽게 그린 위에서 퍼터를 섬세하게 다룰 때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겉모습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의 순간이 바로 매력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연약해 보이는 체격의 여성이 힘차게 티샷을 날리는 것도 멋지지만, 특히 퍼팅에서의 시원시원한 리듬, 항상 홀을 지나가는 과감한 퍼팅은 “저 사람, 아주 과감한 면이 있는데?”라는 감탄을 불러온다.

 

결국 매력은 드라이버냐 퍼터냐의 문제가 아니다. 큰 힘 안에 숨은 섬세함, 조용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강단. 골프는 그런 반전의 순간이 많기에, 그 사람의 진짜 매력을 발견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회사에서는 빈틈없는 팀장인데, 골프장에서는 공을 네다섯 번은 연달아 헛치고도 “야~ 오늘 바람이 심상치 않네!”라며 너털웃음 짓는 남자.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곧 “아, 이 사람 되게 인간적이네?” 하고 마음이 풀린다.

 

또 있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여성이 18번 홀이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장윤정의 불나비’를 열창하며 분위기를 확 뒤집는다. 그런 모습은 마치 부드러운 벙커 샷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웨지의 스핀처럼 의외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반전이 바로 ‘매력 포인트’다.

 

남자도 그렇다. 몸은 단단하고 인상은 카리스마인데, 동반자가 잃어버린 볼을 찾으러 잔디밭을 샅샅이 뒤지며 “이건 꼭 찾아야 해요. 이 공 없인 제가 못 살 것 같아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면, 강인함 속에 숨어 있던 유쾌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어떤 사람은 라운드 내내 무뚝뚝하고 말도 없다가, 해 질 무렵 홀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으며 “이 풍경이 꼭 프랑스 시골 같네요”라고 말한다.

 

의외의 감성, 뜻밖의 시선. 그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또 한 명. 경기 내내 더블 보기를 겨우겨우 잡던 사람이, 동반자가 OB를 내자 누구보다 먼저 다가가서 “괜찮아,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야”라며 누구보다 든든하게 등을 두드려 준다. 이건 실력보다 더 강한 매력이다. 이런 순간은 예상 밖이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마치 뒷땅 뒤에 ‘칩인 버디’가 나올 때처럼 말이다.

 

사람의 매력은 바로 이런 ‘반전의 순간’에서 탄생한다. 남자들이 매력 있어 보이는 순간은 언제일까? 굳이 장타자가 아니어도, 굉장한 클럽을 쓰지 않아도, 손끝의 배려, 눈빛의 여유, 상황을 따뜻하게 만드는 한마디에서 진짜 매력이 피어난다. 예를 들어, 실수한 동반자에게 “괜찮아요, 다음 홀이 있으니까요” 하고 말해 주는 순간. 다들 긴장한 티샷에서 누구보다 먼저 긴장을 풀어 주는 유쾌한 농담 한마디. 이런 행동들이야말로 ‘스코어보다 오래 기억되는 매력 포인트’다.

 

심지어 약간의 허당미조차 매력이 된다.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도 허탈하게 웃는 모습, 벙커에 빠져도 “이럴 줄 알았어요” 하며 낙천적인 리액션. 이런 인간적인 장면들이 ‘완벽한 사람’보다 훨씬 편안하고 기억에 남는다. 또 다른 매력은 ‘자기관리’다. 라운드 전 스트레칭을 꼼꼼히 하는 사람, 클럽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닦는 모습, 스윙 후 벙커를 말끔하게 정리하는 매너. 작은 디테일에 신경 쓰는 그 태도는 골프장에서는 ‘실력’보다 오래 기억되는 ‘품격’이다. 그리고 ‘공감력’이라는 매력도 있다. 내 실수보다 동반자의 기분을 더 걱정하는 사람, 동료의 더블 파에 먼저 안타까워하는 사람. 이런 사람 옆에선 누구나 마음이 편안해진다.

 

결국 매력은 의외성에서 생기고, 의외성은 여유에서 나온다. 너무 멋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구겨진 모자, 약간 어정쩡한 자세, 웃긴 스윙 폼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중요한 건 진심과 유쾌함이다. 골프는 스윙 하나만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리듬, 분위기, 동반자와의 호흡, 그리고 ‘잔디 위에서의 태도’까지 모두 종합된 매너의 경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진짜 매력은 바로 그런 순간순간에서 빛난다.

 

스코어가 엉망이었던 날, 동반자가 당신에게 말한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 당신이 제일 멋졌어요.” 진짜 매력은 항상 스코어가 아니라 동반자의 마음속에서 피어난다.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기대하지 않았던 섬세함과 여유. 매력 포인트란, 그런 반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