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랭킹 1, 2위인 조던 스피스(미국)와 제이슨 데이(호주)가 새해 벽두부터 화끈한 샷 대결을 펼쳤다. 무대는 지난 1월 8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개최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이 대회는 지난 2015 시즌 PGA 투어 우승자들만 참가하는 이름 그대로인 ‘왕중왕전’이라 할 수 있는 대회이다. 올해 대회는 지난 시즌 우승자 36명 가운데 32명이 출전했다. 먼저 스피스가 출전하면서 이 대회는 2005년 비제이 싱(피지) 이후 11년 만에 세계 랭킹 1위를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5년 이후 이 대회를 외면하면서 흥행이 잘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4대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모두 출전해 치열한 명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전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마스터스와 US오픈은 스피스가 휩쓸었고, PGA 챔피언십에서는 데이가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세계 랭킹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스피스와 데이의 뜨거운 각축이 주된 관심사였다. 스피스의 세계 랭킹 포인트는 11.51점으로 2위 데이(10.94점)에 불과 0.57점 앞서있었다. 이 두 선수는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먼저 스피스는 2014년 처음 참가해 준우승에 올랐고, 데이도 지난해 1타 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공동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첫 우승을 맛봤던 한국계 제임스 한(미국), 대니 리(뉴질랜드)도 출전한다. 하지만 1위 복귀를 꿈꾸는 3위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는 아쉽게도 불참하게 됐다. 발목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그르친 맥길로이는 1월 21일 개최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유럽투어 HSBC챔피언십을 통해 시즌을 시작했다.
글 방제일 기자 사진 PGA 공식 홈페이지
30언더파로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인 조던 스피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는 지난 시즌의 활약이 운이 아니었단 듯 보란 듯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스피스는 지난 1월 1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59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타를 줄였다. 스피스는 최종 합계 30언더파 262타로 2위 패트릭 리드를 8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118만 달러를 보탠 스피스는 PGA투어 통산 7승을 기록했다. 스피스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2위인 제이슨 데이와 3위인 로리 맥길로이와의 경쟁에서 격차를 벌리게 됐다. 30언더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스피스이나 아쉽게도 대회 최저타 기록 경신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대회 최저타 기록은 지난 2003년 이 대회 전신이던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어니 엘스가 기록한 31언더파이다)
조던 스피스, 타이거 우즈에 아성에 도전하는 남자
조던 스피스는 새해 첫 대회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생애 최다 언더파인 30언더파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지난 해 11월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한 뒤 9주 연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스피스는 이번 우승으로 당분간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우승으로 스피스는 차기 골프황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며 타이거 우즈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우즈는 1998년 5월 당시 벨사우스 클래식에서 22세 4개월 만에 통산 7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22세 5개월이 되는 스피스는 통산 승수에서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우즈가 통산 8승을 거둔 것은 1년 뒤여서 올해 1승만 더 추가해도 우즈의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나아가 스피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이미 2승을 거둬 우즈 기록에 앞서 있다.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은 이래 3년이 지나, 2000년 US오픈에서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 때 우즈의 나이는 24세였다. 반면, 아직 22세 불과한 스피스는 앞으로 2년 동안 2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면 우즈를 따라잡게 된다. 또 메이저 연승기록도 스피스가 우즈보다 2년 앞선다. 스피스는 지난해 4월 마스터스와 6월 US오픈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21세 9개월 만에 달성했지만, 우즈가 2000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 연달아 우승한 것은 24세가 넘어서였다. 세계 랭킹 부문도 우즈는 1997년 5월 당시 21세 5개월에 처음 1위가 됐지만, 스피스는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21세 1개월에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런 비교에 대해 스피스는 오히려 부담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나와 우즈를 비교의 대상으로 놓고 보기를 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런 비교는 (나의) 커리어가 중반에 다다랐을 때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아직까지 우즈와 나를 비교하기에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피스는 “내가 지금 내 나이대에 이룰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고 생각하고 행복하다”며 “우즈가 이뤘던 기록들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우즈가 계속해서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던 기록은 존중받아야 할 일”이라며 “그 어떤 사람도 이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피스는 이번 대회 우승 이후 타이거 우즈에 대해 언급하며 어떻게 역대 최장 기간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며 우즈에 대한 경외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역대 최장 기간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했다. 무려 683주 동안 1위였고, 281주 연속 1위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계속해서 우즈와 스피스를 비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며, 골프팬들의 관심사도 현재 스피스가 우즈를 넘어설 수 있을까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지난 1월 11일 골프채널닷컴에 소개된 부치 하먼의 글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타이거 우즈의 코치를 했던 부치 하먼은 먼저 현재 스피스가 젊은 시절의 우즈에 가장 가까운 선수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하먼은 그러나 그 당시 우즈가 더욱 뛰어난 선수였다고 평하고 있다 “우즈는 조던 스피스처럼 퍼트를 했고, 지금 스피스처럼 영리하게 경기했으며 스피스처럼 다양한 샷을 했다. 두 선수의 근면성도 똑같다. 그러나 우즈와 스피스의 가장 큰 차이는 티샷의 거리 차이다. 우즈는 투어 3년차에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 3위였는데 스피스는 지난 시즌 78위였다. 우즈는 드라이버로 (스피스는 하지 못하는) 코스를 정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먼은 스피스의 단점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파워를 늘리기 위해 스윙을 바꾸지 않는 것은 성숙함의 표식”이라는 것이다. 하먼은 “스피스와 그의 코치인 카메론 맥코믹을 진정 존경하는 이유는 그들이 거리를 늘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 선수를 잘 가르치는 비결은 타고난 것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즈는 스윙을 여러 차례 개조했다. 스윙을 개조하는 과정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 또한 현재 스피스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스피스에 대한 찬사를 아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