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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해 입은 소상공인 지원금, 3조 원 줄줄 샜다

-면밀한 매뉴얼 만들어 향후 반복 실수 막아야

 

지이코노미 김대진 편집국장 | 감사원이 25일 발표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사업’ 감사 보고서를 보면 정말 한숨 밖에 안나온다. 세금을 정말 이렇게 막 써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이게 과연 정부 차원에서 시행한 사업인지 의심스럽다. 3조 원이 넘는 혈세가 줄줄 샜다.

감사원의 보고를 요약하면 문재인·윤석열 정부가 2020~2022년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약 61조4천억 원을 지급했는데 그 가운데 3조2,323억 원이 잘못 쓰여졌다는 것이다. 허술한 제도 관리와 사후 검증 부실 때문이다. 이를 세분해 보면 취지와 다른 지출 3조1,200억 원, 지원 요건 미충족 1,102억 원, 부정 수급 21억 원이다.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은 코로나19로 매출액이 감소하거나 직접적인 손실을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의도에서 각각 7차례, 4차례 지급됐다. 재난지원금이 52조9천억 원, 손실보상금이 8조5천억 원이다.

그런데 실태를 파악해 보니 2022년까지 4년 연속 연매출액이 증가했는데도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례가 17만9천 개 사업자, 2조1천억 원이나 됐다. 사업을 추진한 중소벤처기업부가 매출액 감소 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은 탓이다. 예컨대 한 태양광발전소는 2021년 5월 개업 이후 연말까지 매출액이 0원이었는데 동종 업종 매출액 감소를 이유로 4차 재난지원금 40만원을 받았다. 또 5·6차 재난지원금은 매출액 확인도 없이 그냥 4백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 광진구의 한 생맥주집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매출액 1원, 2020년과 2021년은 매출액 0원이었는데도 1,850만 원을 받았다. 택시기사 A 씨는 면허를 팔았는데도 7개월 간 1,200만원을 받았다.

방역 조치를 위반한 사업자들에게 121억 원이 지급됐는가 하면 폐업하거나 매출액이 0원인 사업자들에게도 546억 원이 지급됐다.

다른 부처 지원을 받아 중복으로 받을 수 없는 이들도 300억 원을 받아간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유통 등 범죄에 활용돼 매출액이 0원이거나 법원의 해산 명령을 받은 21개 유령 법인도 약 8천만 원의 돈을 부정 수급했다.

손실보상금도 꼼꼼하지 못했다. 실제 피해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은 사업체가 36만6,764개에 지원금은 2조6,847억 원이나 됐다. 피해액보다 5배 이상의 지원금을 받은 곳도 6만8천 개(8,527억원)나 됐다.

 

 

감사원은 한마디로 “주먹구구식 운영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담당자의 책임은 묻지 않고 중기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또 범죄 혐의가 있는 부정수급액을 우선 고발해 환수토록 하고, 지원 요건 미충족 1,102억 원에 대해선 환수 가능 여부를 검토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례없이 워낙 충격적이었던데다 정부가 급하게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빈틈이 생긴 것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철저한 계획이나 관리를 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현금 지원 사업을 벌이면 돈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샐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 쓰려면 제대로 바르게 써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이 이렇게 줄줄 새게 되면 납세자인 국민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진다.

앞으로 또다시 이와 비슷한 현금 지원 사업을 추진할 때는 더 이상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면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현금 지원은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만만찮다. 단기적 사태 해결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사태 해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