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최영규 기자 | 한국전력(김동철 사장)의 전기료 미납 자영업자에 대한 갑질과 꼼수가 도를 넘었다. 강원도 평창에서 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영업자인 제보자 A 씨는 한전 평창지사로부터 밀린 전기 요금 징수 과정에서 받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조금 기다려달라”라며 사정했지만 한전 담당 직원은 “혼자만 어렵나... 사람들 다 내고 있는데 왜 못 내느냐”라는 막말과 함께 실제 미납 날짜(약 70여 일)보다 3개월 이상 미납인 것처럼 공문을 작성해서 보내는 등 갑질과 꼼수를 부려 논란이다.
지난 3월, 한전의 요금 추심 직원이 바뀌면서 자영업자와 한전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새로 부임한 직원 B 씨는 다짜고짜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미납요금이 이렇게 많으면 어떡하느냐?”라며 따졌다. A 씨가 “어디로 전화했느냐고” 묻자 B 씨는 “00횟집 아니냐?”고 되물었고, A 씨의 “새로 부임했으면 기존 업무를 인수인계부터 제대로 받고 전화하시라”는 말과 함께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이후 한전 직원 B 씨는 마치 빚쟁이처럼 굴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경영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한 기존 직원과는 달랐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를 존중하고 도와주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새로 부임한 직원 B 씨는 시대정신은커녕 자영업자들을 무시했다. A 씨는 자존감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넘어갔다.
B 씨의 전기 요금 받아내기 수법은 채권추심회사를 버금갔다. A 씨가 세를 살고 있는 집주인에게 전기 요금이 밀린 사실을 알리며 개인정보를 유출하기도 했다. 집주인은 A 씨의 가게를 찾아와 “방 빼세요, 전기 요금도 못 낼 것 같으면 빼세요”라고 망신을 주기도 했다.
B 씨는 압박하는 스킬 또한 다양했다. “언제 내실 거예요? 이번 주에 2개월분 내세요. 3개월 밀려 있어요”라며 자신이 법인양 정해 준다. A 씨는 정해준 날짜에 못내자 “약속 안 지키시면 되느냐? 이번 주까지 3개월 다 내세요” 하고 3개월분을 한 번에 내라고 문자를 보냈다. 참다못한 A 씨는 한전 평창지사장에 전화를 걸어 고충을 호소하려고 했으나 연결은 안 됐고 대신 고객팀장이 연결됐다. “혹시 업무 매뉴얼에 그렇게 독촉하라고 나와 있습니까?”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후 독촉이 뜸하더니 ‘단전 통보’ 공문을 통해 꼼수를 부렸다.
A 씨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11월까지만 영업할 것을 지난 6일 평창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이날에 맞춰 한전은 A 씨에게 ‘전기 요금 납부 독촉 및 단전 안내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A 씨의 업장이 전기 요금 3개월 이상 미수로 납기 내에 미납분 전액납부를 안내하면서 “필히 전액납부”를 두 번씩이나 강조했다. 또 납부기한 내에 미납분 및 일부납부시에는 단전을 시행하겠다고 알렸다. 1개월분만 납부로 단전 유예가 가능한 고객은 보증금(3개월분) 예치 고객만 해당된다고 첨부했다. 그리고 전기요금 미납 내역으로 24년 8월부터 11월까지 총 4개월 94만 여원이 미납인 것처럼 표로 만들어서 추가 기재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4개월분을 미납한 것처럼 교묘하게 만든 것이다. A 씨는 지난달, 8월 요금(31만 원) 중 20만 원을 입금했다. 한전 담당자는 그날 입금할 수 있는 금액을 물었고 통장에 남아있던 20만 원을 모두 입금했다. 그렇다면 8월 미납은 절반 수준도 안 된다. 9월과 10월 요금은 미납이라고 치더라도 11월 요금은 또 사실과 다르게 안내됐다. 공문은 11월 6일 날 작성됐다. 영업 종료일을 알리는 날짜와 같다. 11월 6일까지 요금(14,190원)을 마치 11월 미납요금인 것처럼 꼼수를 부린 것이다. 3개월은 90일이다. 엄밀히 따져 3개월 미납이 아니다. 한전은 이번 달 12일까지 요금 전액이 납부되지 않으면 단전하겠다고 덧붙였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41조 원에 달한다. 이 기간 부채는 203조 원 수준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하루 이자 비용만 122억 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영개선이 필요한 한전의 의도된 갑질과 꼼수 전략이 아닌가 의심된다. 한전은 수천만 원의 손해를 입고 자영업을 접을 위기의 A 씨에게 한 푼이라도 뜯기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다.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 한전과 자회사들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2조 4868억 원에 달한다. 한전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보급, 한전공대 설립에 앞장서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안았다. 자기들끼리는 펑펑 쓰고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는 목을 죄고 있는 한전이 12일 단전을 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A 씨는 11월까지는 하려 했던 장사를 한전의 단전 시점에 맞춰서 접기로 마음먹었다. 수익 창출이 유일한 목적인 민간 기업도 이런 야비한 짓은 안 한다. 윤석열 정부의 소상공인 상생정책을 걷어차버린 '갑질'이다. 한전의 경영 목표인 국민의 편익 증진이 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