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최영규 기자 | 박태규 마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보도한 본지를 박 이사장이 언론중재위(이하 언중위)에 제소했다. 사실관계가 드러난 비위에 반성은커녕 적반하장격의 행보이다.

박 이사장은 두 가지를 이유로 본지를 언중위에 제소했다. 그는 마포구청이 2024년 아들 근무 여행사인 J여행사에 발주한 금액 약 4,500만 원이 J여행사와 유사업종으로 구청에 신고된 사업자와의 전체 용역계약액 약 13억 원 중 소액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마포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거에 따르면 마포구의 2024년 여행목적의 용역계약액은 7,900만 원으로 50% 이상이 J여행사에 넘어갔다.
박 이사장은 본지가 갑질 피해자라고 보도한 공단의 김모 직원이 구청 감사에서 갑질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음을 근거로 허위 추측성 보도라며 기사 삭제와 손해배상액 2,000만 원을 청구했다. 본지는 박 이사장이 예년처럼 공단의 산업시찰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겠다 보고한 김모 직원에게 동일한 예산으로 일정을 줄여 J여행사에 발주하라고 강압적으로 지시했다는 사실을 복수의 공단 직원에 확인하고 보도했다.
김모 직원이 구청 감사에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정황도 따져봐야 한다. 청렴의무 위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갑질 등의 비위 감사는 당사자를 직무에서 배재한 후에 진행하는 게 상식이다. 직무 배제는 갑질의 2차 가해와 비위행위 은폐 시도, 추가 비위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이사장의 얼굴을 매일 마주치는 말단 직원이 더 큰 2차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사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었을까.
본지는 공단 내부 취재를 거쳐 12월 12일 박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나흘 뒤인 12월 16일 박 이사장은 본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이사장은 이 통화에서 본인의 아들은 마포구청에 방문한 적도 없으며, 본인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직원이 결재를 올려서 알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박 이사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금액도 750만 원밖에 되지 않고 아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었겠어.”
“내가 시청 보도계장으로 재직해서 기자들의 애환을 아주 잘 알아.”
“나 좀 꼭 만납시다.”
“나 좀 살려주소.”
박 이사장이 떳떳했다면 이 통화에서 본지 기자에게 당연히 강력하게 항의했을 터였다. 박 이사장의 말은 객관적으로 기자를 회유하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올해 2월 7일 본지 기자에게 전화를 건 박 이사장의 지인은 좀 더 노골적이다. 그는 마포구청 쪽에 방문하여 신년 덕담 나누다 알게 돼 전화했다며 본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박 이사장에게) 잘 좀 하지 왜 욕먹을 일을 하냐.”
“박 이사장 쪽에서 (기자의) 계좌번호를 물어보길래 그건 예의가 아니다.”
“봉투에 담아 놓으면 내가 따뜻한 식사라도 하며 전달하겠다.”
마포구청은 공단에 박태규 이사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 및 갑질 의혹에 대해 경징계 의견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의 경징계 의견 통보는 이해충돌방지법과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몰이해한 감사 결과로 보인다. 박 이사장의 아들 여행사에 대한 공단의 발주가 사실로 드러났고, 구청에서도 해당 여행사에 전체 여행용역의 반 이상 발주가 확인되었음에도 경징계라니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해충돌방지법과 청탁금지법 위반은 해임 이상 중징계가 일반적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된 후 경징계 조치는 한 건도 없으며, 모두 해임이나 파면 등의 중징계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의 경징계 의견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이다.
구청과 공단의 발주 금액은 합하면 5,000만 원이 넘는다. 5,000만 원이 넘으면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이해충돌방지법 등이 성립되고, 중징계는 물론 해당 기관과 책임자를 사법기관에 고발해야 하는 사안이다.
박 이사장의 비위와 구청의 감사를 지켜보던 마포 시민사회는 감사 결과가 경징계 의견으로 나오자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 이사장의 비위 소식이 공무원들은 물론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라며 “공단과 구청 공무원들의 관련 제보 등을 토대로 31일 공단의 경징계 의견 이사회 결과를 보고 사법기관 고발을 비롯해 단호하게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의 비위와 구청 감사 결과를 두고 민심 이반에 시민단체가 고발 의지를 분명히 하자 지역사회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법기관의 수사가 공단과 구청의 발주 업무 전반으로 확산하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본지는 시민사회와 공단, 구청 공무원들의 제보와 추가 취재를 통해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