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김 한 속이 1만 원을 넘겼다. 김 가격 얘기다.
전남도가 마른김 시장의 새로운 유통 실험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일일 거래소’. 9일 진도군수협로컬푸드센터에서 열린 하루짜리 경매장에서 총 12억 7800만 원어치 마른김이 팔렸다. 품질, 가격, 낙찰자까지 전부 공개된 ‘김의 주식시장’이 열린 셈이다.
이번 시범 운영은 그동안 지적돼온 불투명한 유통 구조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기존엔 가공업체나 수출업체가 개별 계약으로 물건을 사들였다. 가격은 협상의 영역이었고, 품질이 뛰어나도 거래 조건은 뒤섞였다. 시장은 있었지만 룰은 없었다.
이날 거래소에는 전국에서 모인 마른김 생산업체 38곳이 7종의 제품을 출품했다. 바이어는 15개사에서 30명이 참여했다. 견본품을 눈으로 확인한 뒤 정해진 시간 안에 입찰서를 제출했다. 최고가를 써낸 이가 낙찰자다. 결과적으로 1속당 가격은 7500원에서 1만 3500원까지 형성됐다. 일부 프리미엄 제품은 일반 김 가격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이 시스템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목포 수산식품 수출단지에 조성 중인 ‘국제 마른김 거래소’가 본격 가동되기 전, 사전 리허설 격이다. 마른김을 둘러싼 국내외 거래를 투명하게 정립하고, 수산물 가운데서도 ‘김’이 가장 먼저 글로벌 기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전남도는 이를 위해 국립 김산업진흥원 건립, 가공공장 시설 개선(300억 원), 거래소 플랫폼 구축(230억 원), 김 산업 진흥구역 확대(550억 원) 등 1천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핵심은 ‘K-GIM’이라는 브랜드로 김 산업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데 있다.
강석운 전남도 수산유통가공과장은 “마른김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생산자는 품질 경쟁에 집중하고, 소비자와 바이어는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다”며 “이번 실험이 김 산업의 체계적 도약을 위한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