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프놈펜에서 시엠립까지 350km. 캄보디아 국토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이 길을 따라 7시간을 달렸다. 차창 밖으로 흐르던 풍경은 어느새 과거의 한국,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동시에 비추고 있었다.

이 여정은 단순한 출장도, 관광도 아니었다. 한국의 e스포츠 문화를 세계로 확산하고자 2025년 설립한 ‘세계이스포츠홀딩스(최낙균 총재, 조수철 사무총장, 뉴스아이이에스 정길종 발행인)’의 첫 해외 일정이었다.
우리는 캄보디아 정부 국토부와 만나 시엠립 주에서 e스포츠 산업과 교육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마쳤다.
하지만 이 문화적 연결은 회의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이야기는 도로 위의 7시간에서 시작됐다.
캄보디아의 도로는 한국의 시공 도로를 달리는 듯 굴곡이 많았다. 길가에 늘어선 집들은 작고 단출했지만, 그 속에는 사람 사는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느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맨발로 땅을 딛고 뛰어놀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오가고 있었다.
그 모든 장면이 마치 1970년대 한국 시골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했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과거를 떠올리기 위한 여행이었다면, 이 장면들은 그저 추억의 복원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기억을 넘어,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가진 문화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까.’ 문화는 연결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흔히 K-컬처를 "수출"한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현지의 삶을 존중하는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 캄보디아 아이들이 e스포츠를 통해 미래를 꿈꾸고, 그 안에서 협동과 전략, 기술과 표현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산업이 아닌 새로운 문화의 싹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이번 출장에서 찾고자 했던 것, 사람과 사람 사이, 문화와 문화 사이의 연결 고리였다. 문화는 일방적 전파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꽃핀다.
프놈펜의 회의실보다, 시엠립으로 향하는 굽이진 도로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도로의 울퉁불퉁함은 마치 우리의 사업과 인생, 그 자체와도 닮아 있었다.
그 길 끝에서 다시 출발하다. 긴 여정으로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묘하게 가벼워졌다. 우리는 앞으로도 순탄치 않은 길을 걸을 것이다. 갈등도, 오해도, 시기와 질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캄보디아 도로 위에서 느낀 건, 진심을 담아 함께 가는 길은 결국 의미에 도달한다는 확신이었다.
문화는 먼 나라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길 위의 사람들 안에서 완성된다. 우리가 만난 이 길 위의 삶이, 내일의 e스포츠와 K-문화의 진짜 출발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