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이장님이 뭐든 다 해부러!”
전남 고흥군 도화면 봉동마을. 단 20가구가 전부인 이 조용한 마을이 지난 5월 4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북적였다. 자녀들이 하나둘 고향으로 내려왔고, 어르신들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그런데 이 훈훈한 풍경 뒤엔, 조금 특이한 이장이 있었다.
주인공은 강기홍 이장.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관광공사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이 지금은 고향 마을의 이장으로 변신해 마을 사람들 살림을 챙기고 있다. 이번 어버이날 효도잔치도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요즘은 마을에 북소리도 끊겼고, 웃음소리도 잦아들었잖아요. 어버이날만큼은 마을이 활짝 웃었으면 했어요.”
강 이장은 주민들과 의기투합해 전통 공연을 기획했다. 각설이 타령에 북과 장구, 흘러나오는 음악에 어르신들은 손뼉 치며 한바탕 신이 났다. 누구는 춤을 췄고, 누구는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87세의 서점수 어르신의 장남, 서영호(58·경기도 고양시) 씨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였다.
“홀로 계신 아버지를 뵈니 어머니 생각도 나고, 백일 지난 손자 얼굴도 겹쳐 보입니다.” 그의 말에 참석자들은 물론, 행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서영호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부모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겼고, 많은 사람들이 그 감동을 함께 나눴다.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마을 이장님과 부녀회장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작은 마을의 효도잔치는 ‘효’를 말로만 외치지 않았다. 자식은 부모에게, 이웃은 서로에게 마음을 전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말한다. “이건 그냥 잔치가 아니었어. 마음 잔치였어.”
어버이날을 맞아 치러진 봉동마을의 행사는 진심어린 효친지의(孝親之誼)가 살아있는 ‘공동체의 회복’이었다.
강기홍 이장은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잔치, 자주 하고 싶습니다. 마을에 북소리 안 끊기게요.”
이 마을의 따뜻한 울림이 전국 구석구석까지 전해지길.
고흥 봉동마을, 이날만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따뜻한 마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