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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동호회 리더] 이장미 ‘파수회’ 회장, “강남 액티브 시니어는 이렇게 살아요”

매주 수요일 탄천서 라운드 즐기는 파수회
이장미 회장, “파크골프와 함께 행복 나이샷~”

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양재천과 탄천에 개나리가 만개하고 벚꽃이 고개를 내민 4월 초 서울 강남의 탄천파크골프장.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저마다 웃음꽃이 활짝 핀 파크골프 동호회 ‘파수회’ 회원들이 하나둘, 삼삼오오 모여든다. 이들을 맞는 파수회 이장미 회장과 박미경 총무의 반가운 인사말에 옥타브가 올라간다. 오늘은 파수회 회원의 첫 정기 라운드가 펼쳐지는 수요일이다.

 

 

파수회는 동호회를 결성하고 매주 수요일 탄천파크골프장에서 라운드를 갖기로 정했다. 파수회란 이름도 ‘파크골프를 수요일마다 즐기는 회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박미경 총무에게 출석 체크하고 입장 손목띠를 받은 회원들은 하나같이 편한 라운드 복장에 파스텔톤 모자와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냈다. ‘수요일에 빨간 장미’ 대신 파크골프채를 들고 탄천파크골프장 A코스로 들어서는 회원들의 발걸음이 탄천의 잔물결 위를 걷는 봄 햇살만큼 경쾌하다.

 

모임 결성 후 처음으로 진행한 이날 첫 라운드엔 모두 36명의 회원이 함께했다. 전체 회원 수가 55명이니 참여율 65%를 넘긴 셈이다. 회원들은 국내 최대 민간단체인 대한노인회 소속으로 모두 65세를 넘긴 시니어들로 구성됐다. 이 회장과 박 총무도 각각 55년생과 57년생으로 전형적인 액티브 시니어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 회장은 파크골프가 즐겁고 사람이 좋아 동호회 결성에 적극 나섰고, 회원들의 바람을 받아들여 기꺼이 회장직을 맡았다.

 

그녀는 서울에서 출생해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졸업했다. 대한항공 스튜어디스로 태평양과 대서양의 하늘을 날다 퇴직하고, 이후 해외여행 인솔자(Tour Conductor, T/C)로 세계 곳곳을 누볐다. 이때 T/C로서 유럽을 200회 이상 넘나들며 겪은 슬프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엮은 여행에세이집 <저도 손님이고 싶어요>를 펴내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홍신 소설가, 이장호 영화감독, 고 김수미 배우 등 유명인의 서평은 물론 온라인 블로거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상평으로 널리 알려졌다. 클래식 음악가로, 하늘을 날며, 여행인솔자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물한 그녀가 인생의 가을에 파크골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즐겁게 누리는 데 파크골프가 최고지 싶었어요. 일반 골프장은 멀고 이런저런 관계로 얽힌 4명으로 팀을 짜야 하고, 스윙을 무리하면 자칫 부상도 걱정되잖아요. 돈도 많이 들고요. 파크골프는 채 하나 달랑 들고 버스 타고 룰루랄라 걸어서 즐길 수 있는 참 좋은 운동입니다. 장점이 정말 많고 에티켓이 곧 스포츠맨십인 데다 좋은 사람 만나 교우하기에도 그만이에요. 더구나 동네에 이렇게 좋은 파크골프장이 있으니 금상첨화지요. 탄천파크골프장은 버스 정류장에서 5~7분 거리이니 강남 구민이라면 누구에게든 최상의 구장입니다. 작년에 탄천파크골프장이 개장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강남 탄천파크골프장은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 일대 탄천변에 조성한 대규모 파크골프장이다. 강남 한가운데 이런 데가 있을까 싶은 정도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모두 27홀 규모로 A, B, C코스 각 9홀로 구성됐고, 각 코스가 바로 연결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코스 길이가 비교적 짧고 이동 경로도 평탄해 초급자와 중급자 동호인들에게 알맞은 난이도이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인 4월~10월까지는 아침 6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인 11월, 12월은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다. 휴관은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인데, 기상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이 회장은 파크골프 예찬과 탄천파크골프장 자랑에 조금의 거리낌이나 아낌이 없었다. 확신에 찬 표정과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파크골프와 탄천파크골프장을 사랑하는 이 회장과 회원들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딱 하나 대관 문제다. 만나면 만날수록 살가운 회원들과 매일매일 파크골프를 즐기고 싶지만, 이용객 수요가 넘쳐 주 1회 대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파수회는 8월까지 탄천파크골프장 대관을 확보한 상황인데, 여차하면 경기와 강원권의 명품 구장을 찾아 원정 라운드도 계획하고 있다. 파크골프 말고 회원들이 함께하는 다른 활동은 없냐고 물었다.

 

“왜 없겠어요. 우리 회원님들은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거로는 ‘분’이 안 풀리거든요. 파수회 단톡방에 수시로 즐길만한 이벤트 정보가 올라오고 여건이 되는 회원님들은 기꺼이 함께하세요. 특히 대한노인회 강남구지회가 운영하는 시니어 프로그램은 탄천파크골프장에 버금가는 파수회 회원의 놀이터예요. 인문학과 어학 공부도 하고, 노래와 춤, 그림, 악기도 배운답니다. 눈과 귀, 마음이 채워지는 전시회도 어깨동무해 가고, 지역사회 연계 사업에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니어 패션모델로 무대에 서기도 하고, 신나게 드럼을 두드리며 행복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우리 파수회 회원님과의 동행은 늘 행복합니다.”

 

 

대한노인회 강남구지회는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노인대학에서는 연중 회원들을 위한 건강, 교양, 컴퓨터 등의 여가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인일자리 창출과 자원봉사 활성화, 재능나눔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파크골프 활성화를 위한 강남구지회의 활동은 더욱 도드라진다. 지회는 올해 주요 사업으로 파크골프 설계 용역비를 확보해 일원본동 대모산 힐링숲, 일원동 마루공원, 자곡동 돌산공원, 압구정동 한강꿀벌숲 4곳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연간 2회 ‘강남시니어파크골프대회’를 개최하고, 파크골프교실을 개설해 연간 30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파크골프 전문 심판 양성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파수회는 거창한 목표나 그럴듯한 사업 계획은 지양한다. 파크골프와 문화예술, 사람을 좋아하는 회원들의 신명 나는 놀이터에 만족하고, 지금의 이 순간을 즐긴다. 현자는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며, 편안하면 지금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우울은 과거에서 오고, 불안은 미래에서 온다. 파수회 회원들은 현재 순간에 충실하게 ‘까르페디엠(Carpe diem)을 사는 액티브 시니어들이다. 이장미 파수회 회장은 이 말로 인터뷰를 갈음했다.

 

“강남 시니어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세요? 인생의 가을을 파크골프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싶다고요? 그럼, 지금 파수회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