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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의 ESG 칼럼] 5월 ‘가정의 달’에 돌아보는 초봄 영남지역 산불

영국 시인 T.S.엘리엇의 시 ‘황무지’ 첫 행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죽은 땅이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이 뒤섞이고, 봄비가 잠든 뿌리를 깨우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20세기 현대시를 대표하는 ‘황무지’는 현대인의 정신적 공허와 문화적 붕괴를 지적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정신적 불구가 된 유럽 사회를 고발했다.

 

3월 말 시작된 영남지역의 산불은 4월 초 가까스로 진화됐다. 괴물처럼 번진 ‘역대 최악의 산불’를 수습하며 영남인들은 잔인한 4월을 보냈다.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 불똥은 마치 도깨비불 같았다. 산에서 내려온 불씨는 민가까지 번져 막대한 재산 피해와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봄비의 도움까지 받아 겨우 산불을 진화한 뒤, 화마가 할퀴고 간 황무지를 바라보며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대책과 과제를 내놓았다.

 

매년 3월과 4월,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발생한다. 특히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국가적인 재난 상황을 불러온다. 번지는 산불을 막으려고 헌신하다 산불 현장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유명을 달리한다. 민가를 덮친 화마를 피하지 못해 처절하게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연례적 국가 재난을 겨우 수습한 뒤엔 원인을 따지고, 대책을 수립하고, 과제를 정한다. 그렇지만 아마 내년 봄날에도 대형 산불은 어김없이 발생할 것이고, 내놓는 대책과 과제도 어금버금할 것이다.

 

우리나라 산불 대부분은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다.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초기 진화 실패를 부족한 예산 탓으로 돌린다. 이런저런 분석을 통해 산불 발생의 원인을 ‘인재’로 규정한다.

 

이번 영남지역 산불이 진화된 뒤, 쏟아져 나온 대책과 과제 중엔 산림청의 산림관리와 진화 체계 문제, 산림·소방청과 해당 지자체의 협력 체계 문제 등도 포함돼 있다.

 

사후약방문식 이런 대책과 과제는 거의 매년 봄날에 나온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라서 정부도, 지자체도 어쩔 수 없는 문제고, 산림청이나 소방청 등이 제 역할을 못해서 그런 거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이번 달에 들어 있다. ‘화목한 가족’과 ‘행복한 가정’을 더 깊이 고민하게 되는 5월, 벚꽃이 피기 전 산불로 큰 재난 겪은 분들은 어떻게 보내실까.

 

영남지역의 경우, 화마가 집을 태워버려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이 적지 않다. 불길이 일터를 전소시켜 일자리를 빼앗긴 분들도 많다.

 

이런 시절에 21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운동이 요란스럽게 펼쳐진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이성도 사라지고, 도리와 체면도 사라졌다고 여겨지는데, 과연 이번엔 어떻게 해야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살지를 밤낮없이 고민하는 대통령이 나올는지.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할랄코리아’ 발행인

독도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