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소호동 바닷가를 따라 들어선 소제지구. 여수의 새로운 주거지를 만든다는 명분 아래 시작된 개발 사업이 결국 비리 수사로 이어졌다. 접대, 대포폰, 그리고 추락사. 부동산보다 더 복잡한 건, 사람들의 관계였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15일, 여수시청 간부 공무원 A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A씨는 소제지구 택지 개발 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수십만 원대의 식사와 술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무원 곁에는 늘 그림자가 있었고, 그림자는 대포폰을 들고 움직였다. 경찰은 브로커 B씨가 수사 대상자에게 ‘대포폰’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함께 송치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진짜 중심에 있던 브로커 C씨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항공기 사고로 사망했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그의 죽음으로 인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수사의 중요한 고리를 잃은 상태다.
그가 숨기고 간 정보들, 그가 만나고 통화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가 받았다는 말로만 전해지는 ‘더 큰 돈’. 사건의 실체는 결국 그와 함께 묻혔다.
경찰은 정기명 여수시장도 수사선상에 올려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뇌물 수수 등 구체적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시장은 빠지고, 공무원과 브로커만 남았다.
이번 사건은 여수시가 소호동 소제마을 일원에 3,14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택지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업체 선정과 인허가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브로커는 죽고, 진실은 잠겼다. 검찰은 이제 남은 조각들을 쥐고 실체를 이어붙일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사건도 또 하나의 ‘흔적만 남긴 개발비리’로 기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