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시가 AI반도체 산업을 도시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미래컨퍼런스–AX 시티와 6G, 한국형 미래도시 포럼’에서 ‘AI 실증도시 광주’ 전략을 제시하며, 정부에 국가 NPU(신경망처리장치) 전용 컴퓨팅센터의 광주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이는 기술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AI 반도체 산업의 상용화 전 과정을 끌어안는 생태계 구축을 노린 행보다.
강 시장은 “국산 AI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뒷받침할 전용 컴퓨팅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국산 NPU를 실증→검증→양산→시장 적용까지 연결할 실전형 인프라다.
GPU 중심의 기존 구조를 넘어서, 국산 칩 기반 서비스 검증과 산업화가 가능한 국가 거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광주시는 이미 국가 AI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I반도체 팹리스 25개사와 협력망을 구축해왔다.
2023~2024년 추진된 1단계 실증사업에서는 퓨리오사AI·리벨리온·사피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NPU를 선보였고, 10개 기업이 정부 R&D 지원을 통해 국산 칩을 내놓는 성과도 있었다.
올해부터는 2단계(2025~2027년) 고도화·상용화 사업(400억 원 규모)이 시작되며 6개사가 참여 중이다. 기술 검증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 시장 적용까지 염두에 둔 진전된 단계다.
광주가 강조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단순히 “AI 인프라를 달라”가 아니라, 이미 실증 경험·산업 파트너·테스트베드가 구축된 도시라는 점이 근거라는 것이다.
여기에 GIST(광주과학기술원), AI영재고, 국가 AI데이터센터, AI 이노스페이스 등 교육–연구–실증–기업 공간이 한 권역에 모여 있어, 국가 단위 AI 기술 실증의 ‘도시형 시험장’으로 적합하다는 논리가 더해진다.
강 시장이 정부에 제시한 전략은 네 갈래로 요약된다. 우선, 국산 AI반도체 산업의 실증과 상용화를 뒷받침할 국가 NPU 전용 컴퓨팅센터를 광주에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첫째로 들었다.
또 국가AI연구소를 광주에 설립해 연구개발–인재 양성–기술 사업화를 한 흐름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갖추자고 제안했다. 또, AI 기술을 교통·도시 체계에 접목하는 ‘AI+모빌리티’ 신도시를 조성해 실생활 기반 실증 무대를 마련하자는 구상도 내놨다.
나아가, 첨단3지구를 규제 특례 기반의 ‘메가샌드박스형 국가AI집적단지’로 지정해, 도시 단위 실증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자는 방향도 제시됐다.
특히 내년 1월 시행되는 ‘AI 기본법’은 광주가 국가AI집적단지 지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
광주시는 첨단3지구를 싱가포르 ‘풍골 디지털지구’를 참고한 규제 완화형 도시 실증지대로 조성해, AI 기술 적용이 자유로운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국가 AI연구소 설립, AGI(범용 인공지능) 개발 투자, AI 규제 샌드박스 정비, AI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등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 구조 안에서 광주가 노리는 위치는 “국가 AI 연구–서비스 실증–산업화의 중간 허브 역할”이다.
해남 솔라시도가 RE100 기반 에너지 자립형 산업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광주는 AI 기술을 실증하고 시장에 적용하는 과정까지 끌어안는 상용화 거점으로 도시 위상을 설정하며 역할을 분리하고 있다.
구상은 선명하지만, 실행을 위해 넘어야 할 관문도 분명하다. 우선 국가 단위 컴퓨팅센터 구축에는 적어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한 만큼 예산 확보가 첫 걸림돌로 거론된다.
더불어 과기정통부, 산업부, 국토부, 교육부가 맞물린 복합 사업이어서 부처 간 역할 조정과 협업 체계 마련도 선결 과제다. 특히 첨단3지구를 메가샌드박스형으로 지정할 경우, 규제 특례를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기업·대학·연구기관의 실질적 참여 확대, 지속 가능한 인재 순환 구조 마련, 산·학·연 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 등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는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번에는 “수혜 요청”이 아니라 “국가 역할론”을 앞세워 재도전에 나선 점이 다르다. 즉, 광주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명분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이번 제안이 정책 의지–예산–제도–산업 실행력이라는 네 바퀴를 굴릴 수 있을지, 정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현실적 설계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