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곡성 곳곳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 군 행정이 이를 뒤에서 단단히 받쳐주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향을 향한 기부와 공동체 활동, 오지마을 복지기동 서비스, 세대 간 삶을 잇는 기록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활동들이 곡성이라는 공간 안에서 겹겹이 연결되며 지역사회에 새로운 온기를 더하고 있다.
이번 주에만 네 개의 굵직한 행사와 사업이 연이어 진행되면서, 곡성군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 중심 행정’을 구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풍성하게 드러났다.
지난 13일 열린 ‘곡성 고향이음 아너스’ 행사는 기부자 예우를 넘어, 곡성군이 왜 기부의 의미 있는 목적지가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500만 원 이상을 기부한 4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곡성군이 대표 지정기부 사업으로 추진 중인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어르신 마을빨래방’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운영계획을 공유받았다.
특히 소아과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온 곡성의 현실은 기부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었다.
㈜거성자동차공업사 안재현 대표는 “지역 청년들이 소아과 없이 아이를 키우는 건 상상보다 훨씬 고된 일일 것”이라며 “곡성 아이들이 아플 때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의료 공간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씨엔텍이엔지 윤희중 대표는 “부모님 같은 어르신을 위해 기부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조상래 군수는 “기부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곡성의 변화를 움직이고 있다”며 “여러분의 믿음이 아이들·어르신·동물 등 주민의 삶에 구체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은 이날 행사에서 감사 인사에 그치지 않고, 기부금이 지역 환경·의료·복지 인프라로 어떻게 전환되는지를 세세하게 공유하며 ‘투명한 기부 행정’을 지속할 의지를 밝혔다.
다음 날인 14일 목사동면 들말센터에서는 ‘제4회 들말 행복배움마을학교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4년 차를 맞은 이 센터는 곡성에서 가장 활발한 주민 주도형 배움·문화 거점으로 꼽힌다.
올해도 풍물팀, 요가·사진·미술·생활기술·독서모임 등 16개의 다양한 동아리와 학습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됐다. 주민들은 일상의 재능을 서로 나누며 공동체의 활기를 이끌었다.
행사에는 동아리 리더, 마을 활동가, 주민 등 250여 명이 참여해 “센터가 우리 마을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나눴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가 선정한 두 개 분야 우수사례가 나오면서 들말센터의 운영 방식이 전국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조상래 군수는 “짧은 시간 안에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간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며, “센터를 중심으로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주 17일에는 오곡면 침곡마을회관에서 ‘제27차 찾아가는 희망복지 기동서비스’가 진행됐다. 침곡마을은 고령 농업인 비율이 높아, 전기 안전이나 생활 편의 서비스를 직접 찾아가는 형태의 방문 복지가 특히 절실한 곳이다.
이번 서비스는 전기안전 점검,이동목욕,치매 조기검진,한방진료,이동빨래방,칼갈이,건강 상담등 16개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특히 ㈜전경과 협력한 전기안전 점검은 주민들의 걱정을 크게 덜었다. 점검팀은 낡은 배선·누전차단기·콘센트 등을 확인하고 필요 시 현장에서 교체까지 진행했다.
한 어르신은 “전선 하나 못 갈아 불안했는데 자세히 점검해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며 “이제 전기 걱정 없이 농사일도 하겠다”고 웃었다.
군 관계자는 “침곡마을처럼 고령화된 마을은 생활안전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며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맞춤형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곡성군민회관에서는 14일 ‘2025년 곡성 어르신 인생이야기’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2017년 전국 최초로 시작된 이 사업은 올해로 9번째 책을 냈고, 그동안 무려 200여 명의 곡성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다.
올해는 농사꾼으로 평생을 살아온 분,전쟁과 산업화의 격랑을 겪은 세대,100세를 넘긴 최고령 이점례 어르신(101세)등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가 실렸다.
이점례 어르신은 인터뷰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자리에 와보는구먼. 고맙고 미안하다”며 특유의 너스레로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조상래 군수는 “이 기록은 단순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곡성을 떠받쳐 온 세대의 삶이자 그 자체로 곡성의 역사”라고 의미를 짚었다.
군은 어르신 구술집이 젊은 세대에게는 삶의 길잡이 지역에는 세대 간 이해의 교량이 되도록 출판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번 주 곡성군에서 이어진 네 가지 활동은 각각의 분야에 머물지 않고 서로 연결된다.
기부는 지역 의료·복지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지고,들말센터의 활동은 주민이 지역 변화의 주체임을 보여주며,오지마을 복지는 “군이 직접 찾아가는 행정”을 실현하고,어르신 구술집은 세대 간 기억을 잇는 문화 기반이 된다.
한 줄로 꿰면 ‘사람이 지역을 바꾼다’는 단순한 명제가 곡성에서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인 작은 행동들이 서로 얽히며 지역사회 안에 건강한 흐름을 만들고, 행정은 그 흐름이 더 넓어질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받쳐주고 있다.
곡성군의 변화는 거창함보다는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지역 공동체의 힘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