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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칵테일파티 효과를 아시나요?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소리가 있다. 도시의 교통 신호음, 카페의 음악, 누군가의 웃음소리,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까지. 세상을 살면서 귀는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자극을 받아들인다. 귓구멍을 막아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소리를 뇌로 전달받는다.

 

인간은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듣는 능력이 있다. 이것을 ‘선택적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 하며, 흔히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는 자기관련 효과, 잔칫집 효과, 연회장 효과라고도 한다.

 

칵테일파티 효과란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잡음이 뒤섞인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이야기나 관련된 소리만 또렷하게 들을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시끌벅적한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마치 신호처럼 귀가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랜 경험과 훈련을 통해 뇌가 불필요한 소음을 걸러내고,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의 청각은 단순히 ‘듣는 행위’를 넘어, ‘집중과 판단’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동적 감각 기관이다.

 

이 개념은 1953년 영국의 심리학자 콜린 체리가 항공관제사를 관찰하면서 연구로 발전했다. 여러 대의 비행기에서 들려오는 무전음 속에서도 관제사가 자신이 맡은 임무의 신호에만 정확히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체리는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자 실험을 설계했다. 피험자들에게 헤드폰을 착용시킨 뒤 서로 다른 내용을 양쪽 귀로 동시에 들려주거나, 한쪽 귀에는 뉴스 낭독을, 다른 귀에는 잡음을 들려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집중하려는 내용만 명확히 인식했고, 반대쪽 귀에서 들린 정보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자극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그렇다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인에게도 이런 선택적 청취 능력이 있을까? 칵테일파티 효과는 양쪽 귀가 모두 기능을 다할 때, 즉 청력의 균형이 유지될 때 가능하다. 난청인의 경우 소리의 변별력과 인지 능력이 저하되어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는 말소리를 구분하기 어렵다. 특히 노인성 난청으로 분류되는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소음 속에서 대화 내용을 인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결국 듣는 것은 귀가 아니라 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청이 있다면 청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들이 활발하다. 최신 디지털 보청기에는 칵테일파티 효과의 원리가 적용되어 있다. 보청기가 주변 소음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불필요한 소리를 줄이면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마이크의 초점을 조정한다. 덕분에 사용자는 소음이 많은 카페나 모임에서도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일부 고급형 보청기는 소리의 위치를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청취 모드’를 전환해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난청인의 뇌가 수행하던 ‘선택적지각’의 일부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인간의 청각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기관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수많은 소리를 듣고 산다. 그중 어떤 소리를 선택하느냐가 하루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듣는 소리와, 관심을 가지고 듣는 소리 사이에는 뇌의 선택이 작동한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상대방의 말소리에 집중하고 진심으로 경청할 때, 우리는 이미 칵테일파티 효과를 겪는 것이다. 결국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무엇을 들을지, 어디에 귀를 기울일지는 결국 나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 선택이 삶의 깊이를 결정하고, 관계를 바꾸며, 때로는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듣는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정순옥 원장

 

Audiologist(전문 청능사)

대한이비인후과 청각사

벨톤보청기 광명난청센터 부설: 정순옥 난청 연구소

유튜브 채널 〈친절한미녀청능사〉

한국청능사협회 정회원

한국보청기판매자협회 국제이사

한국청각언어재활학회 정회원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정회원

대한청각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