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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 기회, 소외는 막아야”…영암 공청회서 쏟아진 도민 목소리

- 도민 500여 명 참석 흡수통합·낙후지역 소외 우려도 제기
- 2차 공공기관 이전·RE100 산단 등 지역 현안 질문 이어져
- 전남도, 22개 시군 순회 의견은 특별법과 추진 과정에 반영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라남도는 19일 영암군 청소년센터 대강당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과 관련한 전남지역 첫 도민공청회를 열고, 추진 배경과 주요 특례 구상, 향후 절차를 설명한 뒤 주민 의견을 폭넓게 들었다.

 

공청회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우승희 영암군수, 행정통합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정준호 국회의원, 지역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2시간가량 이어졌다.

 

현장은 시작부터 열기가 높았다. 대강당은 발 디딜 틈 없이 채워졌고, 질문 순서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손이 연이어 올라갔다. 통합을 ‘큰 판’으로 바라보며 기대를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광주 중심으로 쏠리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행정통합이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이, 이날 공청회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김영록 지사는 직접 단상에 올라 통합 추진의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4대 인센티브와 특별법 추진 방향도 함께 꺼냈다. 김 지사는 “통합은 단순히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 아니라, 재정과 권한을 키워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택”이라는 취지로 강조하며, 영암이 가진 산업 기반과 성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흐름을 짚으며 “영암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판을 넓히겠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교육 통합 논의도 이날 공청회의 한 축을 맡았다. 전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공청회를 마련한 가운데, 김대중 교육감이 교육 통합 방안을 설명하고 학생·학부모·교원 등 다양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받았다. 교육 현장의 변화는 생활과 맞닿아 있는 만큼, 질문 역시 “학교 운영은 어떻게 바뀌나”, “지역 교육 여건이 더 나아지나”처럼 현실적인 지점에 집중됐다.

 

이번 공청회는 ‘현장 참여’에 더해 ‘온라인 참여’도 함께 열어뒀다. 전남도는 공청회 전 과정을 공식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해, 자리에 오지 못한 도민들도 흐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행정통합이라는 큰 의제가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전남 전역의 논의로 확장돼야 한다는 점을 의식한 대목이다.

 

다만 주민들의 질문은 기대만큼이나 날카로웠다. 삼호읍 주민 신양심 씨는 “농민 입장에서 보면 광주 중심의 행정통합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민은 “통합으로 인구가 큰 도시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수 있다”며, 지역의 인구·산업이 한쪽으로 집중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순천시 승주읍 주민 정태종 씨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순천시와 통합된 승주는 제1의 소멸지역이 됐다”며, 통합이 곧바로 균형발전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통합이 추진되더라도 소규모 지역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특별법에 최소한의 예산 배정을 법제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낙후지역 발전기금 신설을 특례에 담아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나왔다.

 

공청회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통합 이후 무엇을 얻을 것인가’로 이어졌다. 특히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주제였다. 영암읍 주민 김선숙 씨는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혁신도시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며 “영암에도 공공기관이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금정면 이장단장 역시 영암의 RE100 산업단지 유치 가능성을 묻는 등, 통합 논의가 지역 산업 전략과 맞물려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통합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반대 전남대책위 손영권 대표는 “목적과 취지는 좋지만 1월에 시작해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며 “정치 일정이 아니라 주민 입장에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 논의가 ‘정해진 결론’으로 흐르지 않도록, 과정의 설득과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김영록 지사는 “4년간 20조 원 지원 등 정부의 4대 인센티브는 파격적”이라며 “예산 규모도 서울과 경기에 이어 3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하더라도 절차를 밟겠다”며, 공청회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김 지사는 “이번에 통합을 못하는 시·도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며 통합 필요성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또 김 지사는 영암군의회가 지난 9일 ‘행정통합 추진 촉구’ 성명을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영암의 저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의회에서 제안한 군 단위 주민이 체감할 균형발전 통합안을 잘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암은 서남권 발전의 중심지”라는 표현도 곁들여, 통합이 영암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전남도는 이번 영암 공청회를 시작으로 22개 시군을 돌며 도민공청회를 순차적으로 이어간다. 참여를 원하는 도민은 전남도 또는 각 시군 누리집에 게시된 QR코드를 통해 사전 접수하거나, 당일 현장 접수로도 참석할 수 있다. 전남도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특별법 제정과 통합 추진 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암에서 시작된 첫 공청회는 ‘찬반’의 단순한 구도를 넘어, 통합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통합이 지역의 성장판을 넓히는 선택이 되려면, 그 과정에서 낙후지역의 불안과 소외감을 어떻게 덜어낼지, 균형발전의 장치를 어디까지 제도화할지에 대한 답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