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올해 8월, 전농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 조완우, 이하 전농8구역)의 정기총회에서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를 두고 조합장과 롯데건설이 짬짜미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조합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부동산팀과 법조팀을 가동해 롯데건설의 재개발사업 수주 비리 의혹을 4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제1탄 조합장과 롯데건설 짬짜미 의혹 △제2탄 전농8구역 불법 천태만상 △제3탄 수의계약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해 △ 모럴해저드의 끝판왕, 롯데건설 등의 순이다. 오늘은 제1탄을 보도한다.
본지가 자문을 의뢰한 재개발 전문가 A 씨에 따르면, “전농8구역과 롯데건설이 체결한 계약서는 하나 마나 약속, 롯데가 시공비를 올려도 그만인 허점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합원인 B 씨는 “롯데건설의 선정과 수의계약에 온갖 편법이 동원됐음을 이미 많은 조합원이 알고 있고, 이대로 두면 심각한 피해가 뻔해 대책 마련에 나설 참”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전문가와 조합원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당시 롯데건설이 발표한 “공사비는 평당 780만 원이고 확정공사비”라는 주장은 완전히 조합원들을 속이는 거짓말이다. 롯데건설이 배포한 책자에 재개발사업의 매우 중요한 항목인 ‘사업참여 조건’ 어디에도 ‘확정공사비 보장’은 없다. 오히려 공사비 인상을 위한 조항들은 교묘하게 기재하고, 조합원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어려운 용어로 바꿔서 제시한 내용이 여러 곳에 걸쳐 존재한다. 더구나 롯데건설은 사업참여 조건을 현저하게 작은 글씨로 기재해 웬만해서는 읽을 수조차 없게 했다.
문제는 또 있다. 시공사로 선정(24년 8월)되어 공사비를 선정해 놓고, 실제 착공일 계약금액은 이런저런 기관의 ‘건설공사비지수’를 책정하여 조정한다. 시공사 선정과 실 착공까지의 기간은 평균 2~3년 소요된다. 결국 공사비를 인상하겠다는 의미다. 롯데건설이 시공사 선정 때 주장한 확정공사비가 맞다면 조합은 이 조항을 삭제하는 등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
공사비를 올릴 수 있는 조항은 또 있다. “실 착공 이후에는 국토교통부정비사업 표준계약서 및 서울시 정비사업표준계약서에 의거 100분의 15 이상 증감된 경우(건설공사비지수 기준) 공사비를 조정함”이라는 조항이다. 결론은 공사비를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조합에서 제시한 지질조사서 기준으로 “공사비 인상은 없으며, 향후 지질여건 변동에 따른 공사 기간 및 공사비는 상호 협의하여 조정함”도 문제다. 땅속에서 뭔가 발견됐다는 핑계로 책임준공 기간을 늘리고, 공사비 인상 요구를 하면 입주를 앞둔 조합은 끌려갈 수밖에 없다.
롯데건설은 이노베이션 플랜(INNOVATION PLAN)을 제시했다. 이 역시 공사비를 올려받기 위한 꼼수다. 정비사업 역사상 시공사가 조합원을 위해서 사업지의 상품성을 강화해 주기 위해 공짜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 준 예는 없다. 단지 공사비를 올려받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다.
필요한 돈을 은행에서 빌리는 데 따른 문제도 있다. 계약서에 롯데건설이 대출을 도와준다는 명시 조항이 없고, “지급보증도 할 수 있다”라고 적시됐는데, 이도 “지급보증을 하여야 한다”라고 수정해야 한다. 총회에 배포된 책자에는 “우수한 신용과 다양한 금융 활용으로 안정적으로 최저금리를 조달하겠다”라고 명기돼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 측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와 조합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롯데건설의 여러 사업에서 법적인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사안은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조합의 투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이슈이다.
이밖에 조합의 특수이해관계인(조완우 조합장, 상근이사 등)이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업체와 공모하여 위법행위를 묵인 동조하여 불필요한 계약, 이중계약, 부풀린 계약, 불법 계약을 체결하여 입찰방해 등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한 상황도 확인됐다. 이어지는 제2탄에서는 전농8구역 불법 천태만상을 보도한다. 본지는 롯데건설에 피해를 겪고 있는 조합, 피해자들로부터 제보를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