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유림디벨로프먼트가 추진 중인 필리핀 보홀 제이파크 개발사업이 분양 승인 지연과 행정적 난항으로 인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간의 민간 협력에 균열이 생기고, 국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림디벨로프먼트는 지난해 2월 필리핀 세부의 주요 사업가 저스틴 우이(Chairman Justin)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필리핀 보홀 제이파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필리핀 보홀주 팡라오 지역에 호텔과 리조트를 건설하고 이를 분양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같은 해 6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모델하우스를 개관하면서 본격적인 분양에 나섰으며, 필리핀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필리핀 보홀 주지사 에리코 아리스토텔레스 아우멘타도(Governor Erico Aristotle Aumentado)와 팡라오 시장 에드가르도 아르케이(Mayor Edgardo Arcay) 등 주요 인사들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고 현지 경제 발전에 기여할 대규모 투자로 평가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모델하우스 개관 이후 1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식 분양 승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23년 8월 임시 분양 승인을 받는 데 그쳤으며, 정식 분양 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공사 착공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사업 초기 필리핀 파트너사인 저스틴 우이 회장은 모델하우스 오픈 시점까지 정식 분양 승인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11월 22일 서울 논현동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도 필리핀 측은 승인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해당 사업 부지는 50년간 임대차계약으로 토지 권리가 확보되어 있는 상태지만, 분양 승인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시행사는 사업 차질로 인한 손해를 감당해야 하고, 필리핀 토지주는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 분쟁 발생 시 양국 간 갈등은 싱가포르 국제중재소에서 다뤄질 예정이지만, 소송 기간 동안 사업이 추가적으로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지의 환경영향평가(ECC)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점도 분양 승인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사업은 필리핀 보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민간 협력의 상징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 상황은 양국 간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필리핀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가 약속했던 전폭적인 행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시행사 관계자는 "우리는 분양 승인 지연으로 인해 사업을 더 이상 진척시킬 수 없는 상황이며, 손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대로 사업이 표류한다면, 양국 간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민간 협력 모델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향후 사업이 재개되려면 필리핀 현지 당국의 신속한 행정 지원과 분양 승인 절차의 마무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및 기타 행정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 시행사와 분양 관계자들은 분양 승인이 확보되는 즉시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양국 간의 협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필리핀 측의 명확한 의지 표명과 구체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 반면, 분쟁이 지속될 경우 제3국 국제중재소에서의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