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롯데’의 수장은 도쿄 요요기의 초호화 저택에서 또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00억 엔(약 900억 원) 규모의 대저택을 일본 도쿄 중심부에 신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상경영’을 외치던 그룹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계열사마다 적자에 허덕이고 주가는 반토막 났지만, 총수는 오히려 연봉을 늘리고 호화생활을 누리는 아이러니.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적 소비’ 논란을 넘어, 총수 리스크가 다시금 폭발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일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새로 지은 요요기 자택은 대지 약 450평, 연면적 700평 규모의 초대형 단독주택이다. 대사관급 보안시설과 고급 인테리어를 갖췄으며, 총비용은 100억 엔을 웃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정도면 일본 상위 0.1%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기업 회장이 아니라 재벌가의 ‘왕궁’”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국내 롯데의 현실은 정반대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900억 원 영업손실을 냈고, 호텔롯데는 456억 원 적자, 롯데쇼핑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 계열사가 ‘비상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그 절박함은 직원들에게만 강요되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지난해 상장사 5곳에서만 178억 원을 챙겼고, 비상장사까지 포함하면 약 200억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룹 전체 영업이익(3339억 원)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 개인의 연봉과 자택비용이 그룹 전체 성과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있다”며 “이 정도면 ‘기업이 총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롯데 측은 “요요기 건물은 초호화 단독주택이 아니라 다가구 주택”이라고 해명했지만, 700평 규모의 건물을 ‘다가구’라 부르는 데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해명이 아니라 국민 정서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침했다.
비상경영을 선언한 총수가 초호화 주택을 짓는다면, 이는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다. 기업 윤리의 붕괴이자 리더십 신뢰의 파산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연봉을 자진 삭감했고, 이재용 삼성 회장은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연봉을 늘리고, 일본에 1000억 원대 자택을 세웠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위기 극복의 메시지는 사라지고, ‘총수의 위기 인식 부재’만 남는다.
롯데 내부에서는 “이제는 그룹 전체가 총수의 사적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는 자조도 나온다. 현장의 임직원들은 구조조정과 강도 높은 근무에 내몰리는 동안, 회장은 해외에서 ‘안정’을 찾는다. 이런 괴리는 결국 조직 전체의 신뢰 붕괴로 이어진다.
롯데는 이미 수차례 ‘총수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다.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 검찰 수사… 그리고 이제는 ‘호화 저택’ 논란이다. 이번에도 본질은 같다. 위기의 책임은 조직에 돌리고, 성과의 이익은 총수가 독식한다.
지금 롯데의 문제는 영업적자가 아니다.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상실이다. 총수의 행보가 구성원의 절박함과 동떨어져 있을 때, 그 조직은 이미 방향을 잃은 것이다. ‘비상경영’의 구호가 공허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동빈 회장이 도쿄 요요기에서 사치와 안정을 즐기는 동안, 국내의 롯데 직원들은 주 6일 근무와 구조조정으로 버티고 있다. 이 괴리를 해소하지 않는 한, 롯데의 위기는 수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기업 윤리의 붕괴이자, 총수 리스크가 만들어낸 ‘신뢰의 파산’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