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일본 도쿄에 고급 자택을 신축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 주택의 가치가 10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지만, 롯데 측은 “과장된 추정치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위기 속 ‘총수의 사생활’이 불러온 상징적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도된 1000억 원대는 추정치에 불과하다”며 “실제 가치는 그보다 훨씬 낮고, 실거래가로 확인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도쿄 중심부의 높은 토지가격을 감안한 업계의 단순 추정치일 뿐”이라며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 사비로 건축한 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독 저택이 아니라 5가구가 함께 거주하는 다가구 형태이며, 초호화 개인 저택으로 묘사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롯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그룹은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비상경영 체제 속에 놓여 있다. 주요 계열사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유통·화학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도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의 일본 자택 신축이 언급된 것 자체가 ‘리더십 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리더의 행보는 상징적 의미로 읽힌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 때의 리더는 행동 하나하나가 기업의 신뢰와 직결된다”며 “총수의 사적 행보가 기업 메시지를 희석시키면 조직 전체의 위기관리 역량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위기는 단순히 재무적 지표나 부동산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 속 리더와 그룹의 현실 인식이 엇갈린다’는 인식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설령 자산 규모가 과장됐더라도, 위기 국면에서 해외 고급 주택이 거론되는 순간 소비자와 투자자는 거리감을 느낀다. 신 회장이 그룹 재건의 리더십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논란이 상징적으로 갖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롯데의 해명대로 실제 금액이 부풀려졌다고 해도, 여론의 초점은 ‘얼마짜리 집인가’가 아니라 ‘지금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가’에 있다. 위기 속 리더의 상징적 행보는 기업 신뢰의 바로미터다. 결국 위기의 본질은 재산의 크기가 아니라 ‘인식의 간극’이다.
롯데는 올해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위에는 여유가 있고 아래는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숫자를 개선해도 신뢰 회복은 쉽지 않다. 진정한 혁신은 시장과 소비자의 눈높이를 읽는 데서 출발한다. 위기 속의 ‘성(城)’은 돌과 벽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높이를 가늠하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