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최영규 기자 | SPC 계열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끼임 사망 사고와 관련해 SPC삼립 시화공장 현장 책임자들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이 신청되면서, 경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9일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기 시흥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C삼립 시화공장 센터장(공장장) A씨 등 공장 관계자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도 A씨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별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19일 오전 3시께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기본적인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50대 여성 근로자 B씨는 크림빵 생산라인의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 설비 내부에 들어가 윤활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사고 당시 해당 설비의 윤활유 자동분사 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자동화 설비의 고장을 방치한 채 근로자가 직접 기계 내부로 진입해 작업하도록 한 구조 자체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험 작업이 상시화된 작업 환경이 고착돼 있었다는 의미다.
경찰은 공장 관계자 7명을 입건해 조사한 뒤 이 가운데 4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일부 피의자들이 사고 원인을 근로자 개인의 판단 문제로 돌리며 책임을 축소하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반복된 중대 사고에도 조직 전반의 안전 인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책임 추궁이 이번에도 현장선에서 멈췄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를 입건해 조사했지만,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계열사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와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진은 또다시 사법적 부담에서 비껴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SPC 계열사에서는 이미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2023년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도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고 유형과 원인이 반복됐음에도 설비 개선과 작업 방식 전환, 경영 차원의 안전 투자 강화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월급 300만원을 받는 노동자의 목숨값이 300만원일 수는 없다”며 SPC그룹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고 이후에도 구조적 책임 추궁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사법 절차가 또다시 현장 책임자 선에서 마무리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선언적 법률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계열사 전반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망 사고가 반복됐다는 것은 현장 관리 차원을 넘어 경영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의 실패를 의미한다”며 “이번 사건이 또 하나의 ‘현장선 책임 처리’로 끝날지, 반복된 산재 구조에 대한 실질적 책임 추궁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검찰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