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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포스코 대부업 진출?”… 비아냥을 듣는 이유

조합 위기 속 확정된 시공사 이익
총회 없는 자금 회수, 절차 논란
20억 이자와 400명 신용 리스크
기업시민 가치, 현장에선 작동했나
파트너 위기 외면, 책임론 확산

정릉골 재개발 현장을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포스코가 대부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자극적인 표현이지만, 이는 감정의 과장이 아니라 구조가 빚어낸 냉소에 가깝다. 시공사는 자금을 회수한 반면 조합은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고, 공동사업자인 포스코이앤씨가 이 상황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인식이 이런 말을 낳고 있다.

 

 

정릉골 재개발은 현재 책임 공백 상태다. 조합장과 핵심 임원이 모두 해임된 가운데, 이달 26일까지 약 10억 원의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면 연체 국면에 접어든다. 이자가 연체될 경우 약정 이자율의 두 배에 달하는 연체이자가 발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적 정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주비 대출 이자가 연체되면 조합원 약 400여 명이 개별 연체자로 전환돼 신용등급 하락과 금융거래 제한이라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특정 재개발 구역의 문제가 아니라, 수백 명의 시민이 동시에 신용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사회적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 위기의 출발점은 입찰보증금과 이후의 자금 흐름이다. 2022년 6월 24일, 시공사 포스코이앤씨는 입찰보증금 700억 원을 조합 통장에 입금했고, 해당 자금은 입금 당일부터 이자 계산이 시작됐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이 중 550억 원이 총회 의결 없이 반환됐다. 이후 2023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3차례에 걸쳐 대여금이 집행됐고, 2024년 7월 25일에는 이자 약 19억 원을 포함한 272억 원이 전액 반환됐다. 결과적으로 입찰보증금 700억 원은 단계적으로 회수됐고, 상당한 이자 수익이 확정됐다.

 

조합 내부에서 “그 이자 20억 원만 빠져나가지 않았어도 최소 두 달은 더 버틸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조합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이자 수익은 단순한 금융 거래를 넘어 조합의 ‘시간’을 단축시킨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공사가 조합에 보낸 공문 문구는 또 다른 쟁점을 던진다. 공문 하단에는 “잔여액 150억 원에 대해서는 도급계약서 체결 후 대여금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다. 이를 그대로 해석하면, 도급계약서 체결 이전까지 해당 자금은 ‘대여금’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경우 대여금 전환 이전 기간에 대한 이자 산정과 수취가 과연 적정했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가능해진다. 이미 수취한 이자에 대해 반환 논의가 제기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는 최종적인 법적 판단의 영역이지만, 자금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해석 여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정비사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보다 구조적인 지적도 나온다. 시공사 선정 이후에는 시공사가 우월적 지위에 서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형식적으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절차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도정법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도록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 “조합이 먼저 입찰보증금 반환을 요청했다”는 설명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다.

 

 

책임 논의는 조합 내부로도 향한다. 당시 결재 라인에 있었던 천재진 전 조합장과 총무·관리 이사 등 전임 집행부 인사들은 절차 준수 여부와 의사결정 경위를 놓고 실태 조사를 통해 판단을 받아야 할 위치에 있다. 이는 공적 성격의 정비사업에서 중대한 자금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공동사업자인 시공사의 책임을 비켜갈 수는 없다. 자금 구조와 이자 스케줄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주체가 시공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달 26일 이후 이자 납부가 중단되고, 그 결과 조합원 수백 명이 연쇄 연체에 빠진다면 이를 ‘조합 내부 문제’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그룹이 강조해 온 ‘기업시민’과 ‘상생’이라는 경영 가치에 비춰보더라도, 공동사업자의 위기를 인지하고도 별도의 완충 장치나 조정 역할에 나서지 않은 선택이 과연 그 가치에 부합했는지는 면밀한 검증과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선언된 가치와 실제 의사결정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기업이 감내해야 할 사회적 평가는 무거워진다.

 

이 책임론은 현장을 넘어 그룹 차원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조합원 400여 명이 신용불량 상태로 전락하는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명백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한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그룹과 장인화 회장이 어떤 판단과 메시지를 내놓는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조합원 수백 명이 신용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 전부터 충분히 예견 가능한 위험이었다. 그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시공사가 끝내 조정과 완충에 나서지 않았다면, 과연 시공사로서의 책임과 자격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런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공동사업 관계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되묻는 문제다.

 

“포스코 대부업 진출?”이라는 말은 사실 주장을 뜻하지 않는다. 공동사업자의 위기 앞에서 이익은 확정되고, 위험은 남겨진 구조가 만들어낸 사회적 질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아냥을 탓하는 일이 아니라, 왜 이런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직시하고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일이다. 이것이 정릉골 재개발 사태가 포스코에 던지는 본질적 물음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