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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프로다〉와의 QnA] “당신의 골프는 ‘즐골’입니까, ‘시리어스’입니까?”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골퍼들의 흔한 대화.

 

“얼마 전에 공 잘 맞더만 갑자기 또 왜 이렇게 됐어?”
“아, 걷어치는 건 얼추 되는데. 그래서 이번엔 눌러 치기 연습하다가 또 뭐가 잘못된 것 같네.”
“그냥 그 정도 했으면 이제 필드 나가서 운영만 잘 하면 되겠던데 뭘 자꾸 고치려고 들어? 아니, 뭐 프로 선수 할 거야?”

 

당신이 ‘시리어스(serious)’ 성향의 골퍼라면 이런 핀잔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냥 이대로 치면 얼추 어울릴 정도는 되는데 왜 일부러 뭘 고치
려고 하다가 주화입마에 빠질까.’ 양이원 프로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도움 Golf-Soma sapiens 양프로(Yang, I Won)

PHOTO 방제일

 

 

즐골 vs 시리어스
수많은 자기계발서, ‘열정에 기름 붓기’로 대표되는 영상들이 인기리에 소비되는 건 동기부여 때문이다. 공부든, 연습이든, 그저 일상이든 루틴을 수행하는 건 어렵다. 그 원동력이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적절한 동기부여를 통해 원동력을 만들고자 한다.


골프도 그렇다. 오히려 구력 3년 이내의 ‘백돌이’ 시절에는 열정이 불타오른다. 시중에 나온 각종 메커니즘을 다 섭렵하기라도 할 듯 왕성하게 노력한다. 골프 덕에 살아가며, 골프를 위해 산다. 그러나 2~3년 사이에 양상이 갈린다. 즐골과 시리어스 골퍼다.


나는 시리어스 형이다

나는 굳이 가르자면 ‘시리어스’에 가깝다. 그렇다고 연습을 ‘빡세게’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럴 여력이 없기도 하지만, 여력이 있대도 정말 하루에 남는 시간을 천 개 단위의 공을 때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보낼 자신은 없다.


다만 내가 스스로를 ‘시리어스’ 유형이라고 말하는 건 하나를 익혀놓으면, 자꾸 그다음 과제를 찾아 또 익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게 뭐가 나쁘냐고 묻겠지만, 이건 사실 구멍 난 독에 물 붓는 것 같은 심정을 여러 번 경험하게 하는 성향인 게 사실이다.

 

한 가지를 고치고 나면 ‘큰 문제는 없지만, 잘 안 되던 것’ 한 가지를 또 고치려고 한다. 그걸 고치면 다른 걸 또 찾아낸다. ‘가장 이상적인 스윙’이라는 건 거의 신기루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루엣은 보이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점점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은 실루엣 때문에 또 먼 길을 돌아가게 된다.


궁금했다. 이게 맞는 걸까? 어느 정도 선에 도달하면 그 선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더 솔직히 말하면 ‘즐골’을 추구해도 잘 치는 사람이 있고, ‘시리어스’하게 골프에 매진해도 스코어가 영 줄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이건 타고난 자질의 차이는 아닐까?

 

그럼 자질이 없는(나 같은) 사람은 굳이 시리어스의 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혹시 이런 방식이 ‘시리어스’가 아니라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인 건 아닐까.

 

Q. 아마추어 골퍼도 열정의 농도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한 가지를 익히면 어떻게든 다음 스텝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누군가는 “뭐 선수 될 것도 아닌데, 재밌게 치면 돼지”라고 한다. 레슨 프로로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양 개인 취향이니까 강요할 수는 없지요(웃음). 다만 이런 일화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모 은행 지점장 회의에서 골프얘기가 나왔대요. 한 직원이 “나는 골프를 즐겁게 칠 수만 있으면 된다. 프로선수 될 것도 아니고, 딱 거기까지가 목표다”라고 했답니다. 그러니까 싱글 핸디캡이신 은행장께서 “자네가 골프를 즐겁게 칠 수 있으려면 죽도록 연습해야 할 걸세”라고 말씀하시 더라는 거예요.

과학적으로도 맞는 얘기입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고요. 동기 부여량이 적으면 우리 뇌는 정말로 딱 거기까지만 일을 하거든요.

 


Q. 동기부여가 실제로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데, 그럼 동기부여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같은 연습을 동량으로 한다면 어떨까.

 

 양  우리가 골프 연습을 반복하면, 뇌에서는 신경 운동계 경로에 따라 운동학습에 의한 조건반사 형성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운동학습은 대뇌 기저핵의 보상회로와 소뇌의 피드백 회로에 의해 빠르고 간결하게 운동감각으로 저장됩니다. 이 작업이 계속 유지되면 좋은데 동기부여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대뇌 기저핵에서 ‘이제 이만하면 된 것 같아!’라고 신호를 보낸다고 해요. 쉽게 말해서 그 이상의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소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프로 선수들은 높은 목표로 인해 뇌의 보상회로가 계속 활성화되어 최고 수준의 운동능력에 도달하게 되는 겁니다.


Q. 동기부여가 되면 같은 연습이라도 뇌에서 받아들이는 수준이 다르다는 얘긴데, 솔직히 충격적이다. 한편으론 아마추어 레벨에서 그 차이가 얼마나 날까 싶기도 한데.
 양
 ‘일정 선까지만 연습을 해두고 계속 그만큼만 치는 사람’과 ‘동기부여를 해서 좀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납니다.


당장은 스윙을 계속 교정하려고 하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것 같을 수 있어요. 실제로 손해를 보기도 하고요. 기껏 맞춰놨는데 교정하기 두렵기도 하죠.


중요한 것은 스윙 교정이란, 필드에서 잘 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모양이 아닌 파워에 기반을 둔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개선하고 싶은 내용을 찾아야 합니다.


즉, 스윙을 고칠 때 필요한 게 바로 동기부여입니다. 타이거 우즈도 스스로 동기부여를 통해 레슨을 받았고, 실제로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그의 스윙은 계속 바뀌어왔죠.

 

 

Q. 그럼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 다음은 ‘연습량’이 ‘깡패’인 건가?
 양  아쉽지만 무조건 연습량만 늘린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좋은 연습을 해야 하죠. 골프는 모든 종목 중 완전성을 이루기 가장 어려운 스포츠지만, 꾸준히 ‘좋은 경험’을 하면 아마추어도 프로처럼 칠 수 있습니다.


레슨을 통해 자세와 동작을 잡아주는 게 운동학습 차원의 ‘정보(감각정보)’예요. 이걸 지속적으로 ‘입력’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말 하면 ‘자기가 레스너니까 저렇게 말한다’고 하실 것 같은데(웃음).


‘좋은 동작’에 의한 ‘좋은 정보’와 고급 정보를 반복적으로 뇌에 집어넣어 주면 결국 좋은 스윙이 나옵니다. 이런 학습이 ‘즐거운 골프’라는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톨게이트예요.

 

반면 소뇌에 잘못된 정보가 운동감각으로 저장되면 결국 많이 힘들어져요. 연습량이 많더라도 좋은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소뇌에 쌓인 잘못된 정보는 스윙의 오류들을 발생시킵니다.

 

제가 동기부여를 강조하는 건 그만한 훈련량을 오롯이 뇌에 입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에요. 당장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되더라도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계속 도전하는 건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를 만들 겁니다.


Q. 그럼 이런 나라도 ‘시리어스’ 해도 되는 건가.
 양  네, 됩니다.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동기부여는 높은데 연습량은 적고, 레슨도 받지 않는다면 시간이 하염없이 걸리실 거예요(웃음).


뭐든 밸런스가 중요해요. 일반인 아마추어의 경우는 자기 상황과 여력에 맞게 잘 타협해야죠. 동기부여와 의지가 불러오는 연습효과는 정말로 크지만, 현실적으로 연습과 레슨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면, 동기부여나 의지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Q.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게 사실이긴 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스윙이 달라야 한다’, ‘아마추어가 최상급 프로를 보고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레슨도 많다. 과거에는 ‘최대한 프로에 가깝게 스윙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나.
 양  사실 이 두 가지 얘기는 결국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사람인데 같은 스윙을 하는 게 맞겠죠. 다만 여기서 전제는 ‘훈련량과 동기부여가 같다면’입니다. 골프에 입문한 나이도 프로들은 유소년에 시작하는 반면, 보통은 20대에 골프를 시작하는 일도 흔하진 않죠.

 

골프를 직업을 하는 사람이 취미로 골프가이드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최대한 잡지처럼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시도해보겠지만, 쉽지 않겠죠. 마찬가지 아닐까요. 같은 기간 콘텐츠에 대한 고민과 훈련을 했고, 같은 정도의 동기부여가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아무래도 어설플 수밖에 없겠죠.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마시고,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시즌에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골프를 즐기시고, 겨울에는 조금 더 개선해보시고 하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들 하신다지만 이게 말처럼 딱딱 모드 전환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꼭 이렇게만 하시기보다는 각자 이런 ‘기간’을 정해서 연습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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